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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주절주절

길 고양이의 따뜻한 낮잠용 침대...

by e마루 2012. 2. 25.
길냥이들에게 관심이 생겨서 인지, 아니면 날이 따뜻해 져서인지...
동네에서 그동안 보지 못 했던 길냥이들이 자꾸 눈에 들어 온다. 관심이 없었기에 있어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길에서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을 본 이후 인 것 같다.
무심코 걷던 길에서 어느새 고양이를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길에서 만난 두번째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쓰레기 봉투를 찢거나 파해치지는 않고 그저 스~윽 훑어 보기만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버리니 쓰레기 봉투에서 건질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탐색에 소득이 없자 뒤도 안돌아보고 방향을 돌려 어디론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녀석을 쫓아가면 혹시나 고양이들의 아지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양이걸음으로 쫓기 시작했다.

녀석은 자신이 갈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해매지 않고 주택가 사이와 길을 건너면서 갈길을 묵묵히 걸었다.
목적지가 어딘지 더욱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어디를 저리 꾿꾿히 가는지...

계단을 능숙하게 오르는 폼이 한두번 지나온 길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먼길은 아니지만, 돌아다니지 않고 찾은 최종 목적지는 바로...

주택 앞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 였다.
안장에 올라 앉고서는,
여기가 목적지였다는 듯, 이제 그만 쫓아 오라는 듯 나를 한번 처다 보며 포즈를 취해 준다.

그만 가라고 처다 봤는데도 안가고 서있자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나 보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졸음이 밀려 오는지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잠시 졸다가 이내 오토바이 안장에 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안장이 스폰지라 단열효과가 좋아 낮잠을 자기에 안성맞춤인가 보다.

혹시라도 낮잠을 방해할까봐 조용히 다가가기는 했지만, 고양이 그 기척을 모를리가 없음에도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동네에 나쁜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다행스러운 일...

곤히 자는 녀석의 단잠을 방해하기 미안해서 그렇게 잠든 녀석을 뒤로 하고 나왔다.
다음부터는 사료나 고양이캔을 들고 찾아 다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