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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국내여행

[횡성#09] 어디를 봐도 한폭의 수묵화~ 횡성 호수길

by e마루 2012. 10. 30.

횡성여행의 둘째날의 시작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횡성 호수길" 이었습니다.

 

걷기 열풍에 힘입어 전국에 걷기 좋은 길이 생겨 가볍게 트래킹할만한 곳이 많아졌습니다.

 

횡성 호수길은 횡성댐의 건설로 생긴 호수 둘래를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입니다.

횡성호는 남한강 제 1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은 횡성댐(2000년 11월 준공)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총 저수량 8,690만톤, 유역면적 209평방킬로미터인 횡성호를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횡성 호수길은 2011년 가을에 오픈하였습니다.

 

횡성호수길은 모두 6개구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총 길이는 27Km에 이릅니다.

제가 간 곳은 5구간으로 난이도가 낮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회기코스라고 합니다.

 

- 1구간 횡성댐길 : 횡성댐 ↔ 대관대리, 난이도(중), 3km, 1시간 소요

- 2구간 능선길 : 대관대리 ↔ 횡성온천, 난이도(중), 4km, 2시간 소요

- 3구간 치유길 : 횡성온천 ↔ 화전리, 난이도(중), 1.5km, 1시간 소요

- 4구간 사색길 : 화전리 ↔ 망향의 동산, 난이도(중), 7km, 2시간 30분 소요

- 5구간 가족길 : 망향의 동산 ↔ 망향의 동산, 난이도(하), 4.5k, 2시간 소요

- 6구간 회상길 : 망향의 동산 ↔ 횡성댐, 난이도(중), 7km, 2시간 30분 소요

 

 

5구간은 망향의 동산에서 다시금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망향의 동산에 있는 전시관은 나중에 둘러 보기로 하고, 먼저 호수길 5구간으로 들어 섰습니다.

 

 

안개가 낀 날씨 탓인지, 잔잔한 호수에 안개가 낀 산새가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 정적속에 고요히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횡성 호수길 안내판이 입구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1구간~6구간까지 전체 경로가 표시되어 있어 약간 헷갈릴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5구간은 현재 위치에서 출발하면, 다시금 현위치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구간임을 볼 수 있습니다.

 

평평한 흙길로 계속 가다가 갑자기 사람 한명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산길이 나와 나중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으나, 지도를 보니 어떤 길로 가든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길이네요.

 

길을 잃어도 그냥 계속 직진하시면 원점으로 오실 수 있습니다.^^*

 

 

호수가에 만들어진 흙길이라 경사도 거의 없습니다.

 

5구간의 명칭이 "가족길"이고 난이도가 "하"인지 느끼게 해주는 길입니다.

 

 

조금 걷다 보면, 선착장 같은 곳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길이 두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어떤 길을 선택해도 결국은 섬을 한바퀴 돌아 다시금 다른 길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선착장 같은 곳에서 계속 직진으로 넓은 도로를 따라 가도 되고, 약간은 샛길 처럼 보이는 옆으로 빠져도 결국 만나게 된 길입니다.

 

처음에는 옆으론 난 길은 주민들만 이용하는 샛길이라 생각하고, 넓은 길로 계속 걷기 시작했습니다.

 

 

 

옅게 안개가 낀 호수길은 깊은 고요함속으로 들어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굽어진 길을 돌때마다 펼쳐지는 멋진 자연의 풍경을 느끼며, 상쾌한 아침의 호수길을 걸었습니다.

 

 

 

 

가끔 보이는 물에 닿을듯 강가에 자라난 나무들은 잔잔한 호수에 비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줍니다.

 

선명하게 비치는 반영에 사진을 잘찍는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멋진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있고, 깊어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낙엽들이 바랍에 날립니다.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나무들이 너무 멋있어서 한컷 찍고, 돌아서 또 한컷 찍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함께 걷기 시작했던 일행들과도 사진 찍느라 떨어졌더니, 고요한 호수길에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없는 호수길에 물안개가 더해져, 마치 인간계가 아닌 신선계에 들어 온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던 도로는 계속 되었지만, 표지판에 돌아가는 길이 산속으로 이끕니다.

 

사실 이때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표지판도 확실하지 않았는데... 가는 길도 그동안 걸어 온 길과는 너무도 다르게 좁고 조금은 위험해 보였기 때문에 중간에 몇번이나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면서 걸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도를 잘 살펴보지 않고 왔었기 때문에 길이 어디로 가도 결국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감은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는 동안 한적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던 모습들이 약간 무섭게 다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괜히 소리도 쳐보며 주변에 사람이 없나 살폈지만, 주변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없습니다...ㅡㅜ

계속 앞으로 걸으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뿐이었습니다.

 

 

 

등산로 같은 산길... 바로 옆은 호수...

잘못해서 미끄러 지면 호수로 풍덩~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살펴 보려 했더니, 통화권 이탈...

등산로에 가면 흔히 보이는 산악회의 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불안감은 전진할 수록 커져만 가는데, 어찌 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조금만 안내표지판을 자세히 보고 올껄 하는 후회도 아무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아까 봤던 선착착 같은 곳이 다시 나왔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결코 겁먹었던 것이 아니라는 듯... 괜히 찍었던 곳들의 사진을 다시 찍으면서 출발했던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갔습니다...ㅎㅎ

 

 

다시 돌아온 망향의 동산...

먼저 출발하셨던 일행분들은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기념비와 전시관을 모두 둘러 보시고 계셨습니다.

 

망향의 동산은 횡성댐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을 위로 하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

 

 

2000년 초 횡성댐이 완공되어 담수를 시작하면서 구방리, 중금리, 화천리, 부동리, 포동리등 5개 리가 물속에 잠기게 되면서 253세대 938명이 이주 했다고 합니다.

 

전시관 앞의 두개의 탑 역시 수몰지에 포함된 중금리 탑둔지에 있던 중금3층 석탑2기로 이전해 온 것이라 합니다.

 

 

 

 

 

 

전시관은 수몰지역의 생활사 박물관으로, 수몰민들의 생활도구와 수몰되기 전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길을 확실히 알고 갔더라면, 불안한 마음 없이 멋진 장관을 눈에 담아 올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은 남지만...

재미 있는 추억꺼리 하나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곳입니다.

 

그리고, 인적 없는 호수길을 혼자서 걷는 기분은 약간은 무섭기도 했지만, 물안개 핀 호수길의 풍경만큼은 인간세상이 아닌 곳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