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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국내여행

[봉화#00] 포근한 눈이 덮인 봉화의 겨울...봉화여행 프롤로그

by e마루 2012. 12. 26.

올해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봉화 여행길에 올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봉화행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버스는 눈길에도 거침없이 달렸나 보다. 잠깐 눈을 감았나 싶었는데 벌써 봉화에 도착해 있었다.

 

순백의 하얀 설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에도 몇 일간 수북히 눈이 내려 강아지 마냥 길거리를 누비며 눈을 맞았지만, 눈에 덮인 도시의 차가운 풍경과는 다른 포근함이 느껴지는 설원이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욱을 남겨 보고자 서둘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봉화의 매서운 바람이 정신을 번쩍들게 한다.

한파주의보가 내린 봉화의 날씨는 그야말로 매서웠다.

 

아침일찍 출발해 봉화에 도착 하자마자 점심식사를 했다.

봉화의 첫 모습이 순백의 설원이었다면, 봉화의 첫맛은 어떨지 내심 기대를 하며 식당으로 들어 갔다.

 

 

봉화에서의 첫맛은 입이 아닌 코로 다가왔다.
점심은 향긋한 송이버섯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송이버섯돌솥밥.

 

돌솥밥을 지을때 밥위에 송이버섯을 얹저 송이의 향긋한 향이 밥에 스며 먹는 내내 송이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밥만이 아니었다. 함께 차려진 산나물들도 고유의 향을 풍기며 입맛을 돋구어 주었다.

산으로 둘러쌓인 고장답게 산나물과 약초가 많이 난다고 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청량산을 가려했으나 한파로 입산 금지...
청량산은 다음날로 미루고 충재박물관과 청암정이 있는 닭실 마을을 찾았다.

 

 

충재 박물관은 청암정 옆에 만들어진 박물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충재일기 근사록을 비롯한 각종 소장견적, 고문서 등 총 482점의 국가지정문화재가 전시되고 있었다.
충재선생은 안동 출신으로, 중종때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올랐으나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파직된 후, 어머니의 묘소가 있는 봉화 닭실마을로 낙향하여 14년 세월동안 학문에 정진하였다고 한다.

 

이후 중종 28년 복직되었으나 을사사화로 인해 다시 파직되고, 56세에 밀양부사로 복직되었으나 "양재역 벽서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압록강 끝 삭주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71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충재 박물관 옆에 있는 청암정은 거북이 모양의 바위위에 정자를 건축하고, 바위주변을 거북이 좋아하는 물을 담기 위해 인공으로 연못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장식하나 없는 석교는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을 담고 있다.

 

청암정을 나와 눈 덮인 닭실 마을을 잠시 둘러 보았다.
수백년 동안 불리어진 "달실"이, 근래에 들어 국어표준어법을 적용하면서 갑자기 "닭실"로 바뀌었단다.
달실은 경상도 방언으로 '닭 모양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닭"을 "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수백년 동안이나 불리던 달실이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닭실이 아닌 '달실'을 다시금 찾으려 하고 있다.

청암정과 충재박물관을 뒤로하고 다른 한옥마을을 찾았다.

 

 

해저만회고택.

 

눈덮인 한옥마을은 이유 없이 정겹다.
어릴적부터 서울 아파트에서만 자라 한옥이나 시골마을에 대한 추억이 없음에도 친근한건 한국인이기 때문일지...

 

한적한 마을에 눈까지 소복하게 내려 있다 보니, 어디를 둘러 봐도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가끔 짖는 정겨운 동네 강아지들에게 인사를 하고 매서운 바람을 피해 다음 행선지로 옮겼다.

 

 

두곳의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찾은 곳은 봉화 도예연구소이다.
서울 근교는 물론 홍대 찾집에도 도예체험을 할수있다는데,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도예체험.

 

그동안 티비에서 많이 봐 왔기 때문일까... 해본적은 없지만 스스로 잘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물래 앞에 앉았다.

 

티비를 통한 간접체험으로 자만했던 모양이다. 도예를 티비로 배웠어요...ㅎㅎ

 

절대 착각...

부드러울 것 같던 진흙은 무척이나 단단했고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는 순간 엉망으로 흐트러지는 그릇...ㅜㅜ

 

옆에서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 안쓰러웠는지 개인지도를...솔직히 말하면 내가 지카보는 가운데 선생님이 그릇을 만들어 주셧다.
그래도 나의 첫작품...ㅋㅋ

 

흙을 손에 만져본것이 언제 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손에 진흙이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봉화의 해는 일찍 졌다.
도자기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 시간이 많이 흘렀나 싶어 시계를 보니 이제 4시밖에 되지 않았다.

 

해가 져서 더이상의 구경은 어려울듯 하고 내일 아침 청량산에 다시금 도전을 하기위해 청량산 입구 근처에서 묶기로 했다.

 

청량산 입구에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떨어진 뒤였다.
숙소를 정하고 숙소앞 식당으로 향했다.

 

솔잎 숯불 돼지 양념 구이.
석쇠에 고추장 양념과 소금 양념한 돼지고기와 솔잎을 함께 넣어 강한 숯불에 구워낸다.
숯과 솔잎 향에 돼지냄새는 모두 묻혔는지 향긋한 솔잎향과 나무 냄새가 났다.
 
겨울 여행으로 얼어 붙은 몸을 푸는데 술이 빠질 수는 없었다. 기름 쫙 빠진 돼지고기에 술 한잔에 밤이 깊어 갔다.

 

 

청량산에서 아침을 맞았다.
일기 예보상으로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욱 춥다고 해서 오늘도 입산금지는 아닐까 노심초사 했는데, 다행히 입산금지는 풀렸다고 한다.

 

근처 식당에서 버섯전골로 속풀이를 하고, 아이젠을 챙겨서 청량사로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눈이 내린지 몇 일 지나지 않아 눈이 얼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아 아이젠을 착용할 필요는 없었다.
청량사로 올라가는 길은 신기하게도 눈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청량사에 보살님들이 청량사까지의 길을 모두 쓸었다고 한다. 날씨도 추운데 찾아 오는 손님들을 위해 고생하셨겠구나 하면서 감사했다.

 

 

 

입산금지, 폭설, 한파주의보 등등 너무 겁나는 소리를 많이 들어 가슴 졸이며 단단히 준비하고 출발했는데, 너무 쉽게 청량사에 도착해 버렸다.
쉽다는 것은 눈이 없는 포장도로로 올라왔다는 소리지, 산을 올라가는 경사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입었던 옷의 등판이 흥건해 질 정도였다. 옷을 몇 겹을 입고 올랐으니...ㅎㅎ

 

산에 둘러싸여 있는 청량사. 청량사 절 자체도 멋있었지만, 청량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래서 겨울에 힘들게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그런 풍경이었다.

 

 

청량사에서 내려와서는 잠시 청량산박물관과 봉화농경문화전시관을 관람하면서 몸을 녹였다.

 

 

이후 찾아간 봉화목재문화체험장에서 명패 만들기 체험을 했다.
도자기 체험때와는 다르게, 나무조각을 목공본드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체험이라 부담 없이 손쉽게 하나 뚝딱 만들었다.

 

그래도 역시 미적감각이 없나 보다...ㅎㅎ

 

 

아침부터 청량산 등산을 했더니... 점심시간이 되기 전부터 배가 고프다.

봉화 새내로 나와 찾아간 곳은 한우 불고기 음식점. 봉화도 한우가 유명한데, 한우를 키울때 약초를 먹여서 키운다고 한다.

 

고기도 부드럽고 맛있었지만, 어떻게 양념을 했는지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평소 밥은 안먹어도 메인요리로 배를 채우자는 주의였는데, 이곳에서는 불고기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두공기나 먹고서 일어났다.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자연암벽을 파서 불상이 들어 앉을 거대한 방모양의 공간을 만들고, 그안에 높이 4.3m의 마애불을 도드라지게 새겼다. 불상을 만든 시기는 얼굴이나 신체에 표현된 부드러운 모습등을 고려할 때 7세기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가평리의 계서당으로 이몽령 생가로 더 유명한 곳이다.
조선 중기 때의 문신인 계서 성이성선생이 살던 집으로, 창녕 성씨로서 남원부사를 지낸 성안의 아들로 인조 5년 문과에 급제한 후 삼사의 요직을 거치면서 4차례 암행어사로 파견되었고, 진주 목사 등 5개 고을의 수령을 지냈다.

 

성씨 성을 가진 성이성선생이 왜 이몽령으로 추측되고 있는지는 나중에...ㅎㅎ

 

 

봉화에서의 마지막은 오전약수터에서 약수 한바가지를 마시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오전약수터는 성종때 전국에서 가장 물 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뽑힌 곳이라 한다.

 

추운 겨울... 눈내리고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겨울날의 봉화 여행은 몸은 추웠지만, 감성적으로 포근하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리지 않고, 한적하니 평온한 봉화의 모습만을 담아 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