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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행/국내여행

[강원도] 8월 여름의 오대산- 1편

by e마루 2009. 8. 24.
2009년 8월 24일.
딱히 휴가를 즐기지도 못하고 여름 휴가를 끝내기는 아쉬운 상황에서 새벽 3시에 문득 산이라도 가야 겠다는 생각에 갈만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산중에 저질 채력으로 변한 몸을 이끌고 갈만한 곳을 찾다가, 오대산을 가기로 하고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4시에 집에서 출발 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게 어차피 등산화와 스틱이 늘 차에 있기 때문에 근처 1000원 김밥집에서 김밥 2줄을 산게 전부였다.

새벽의 고속도로는 늘 한산하고 적막하다. 차가 막히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여행을 갈때면 늘 새벽운행을 하지만 오랜만에 혼자 새벽운행을 하다 보니 약간은 무섭기도 하다.

가는 중간에 휴계소에서 우동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7시에 오대산 입구에 도착했다.
일찍 온 것인지, 아니면 월요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다.
집에서는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잘 지경인데... 차의 온도계에 외부온도가 11도라고 알려준다. 산을 너무 얕잡아 봤다. 이렇게 까지 추울줄은 몰랐다.


가져온 옷이라고는 바람이 자~~알 통하는 반팔옷에 반바지...헐... 얼어죽게 생겼다.
트렁크에서 등산화를 꺼내 신는데 다리가 썰렁하다. 이렇게 추울때는 방법이 없다. 그저 빨리 올라가서 땀을 내는 수 밖에...
저질채력을 고려해서 스틱을 두개 가져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험하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산에서 스틱 두개는 좀 오버다 싶어 가벼운놈 하나를 챙겨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추우니 아무래도 속도가 빨라진다. 빨리 올라가도 땀은 안나고 춥다...ㅡㅜ
그렇게 쉬지 않고 한 30분 오르다 보니 상원사가 눈에 들어 온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상원사는 본지 얼마 안된 곳이 아닌가...
오대산을 언제 왔었는지 기억을 못해 오래전에 왔겠거니 하고 온 것인데, 바로 작년에 왔던 곳이다...
정상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상원사에서 절밥을 얻어 먹었던 기억이... 역시 이름을 못외우는 것은 큰 병이다...

어쩌랴~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끝은 봐야지...

날은 추워도 공기는 좋네~ 이러면서 오르는데 주변에 다람쥐들이 마구 돌아 다닌다. 요즘은 등산 매너가 "야~ 호"도 립싱크로만 하고 쓰레기도 안버리고 하면서 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이 동네 다람쥐 들이 겁이 없는 것인지 계속 쫓아 온다.

다람쥐와 작별하고 바람소리를 벗삼아 여름산을 오르다 보니 비로봉까지 700m가 남았다는 반가운 표지판이 서 있다.
그런데 표지판 뒤로 보이는 것은 등산때 마다 가장 힘들어 하는 계단...ㅡㅜ
설마 700m 내내 계단은 아니겠지.

그렇게 시작된 계단을 밟고 올라 겨우 비로봉에 도착했다. 중간에 다람쥐랑 좀 노느라 출발한지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오대산의 정상인 비로봉이다. 1563m 고지다.
보통은 정상에 오르면 뜨거운 몸을 식혀주는 시원하고도 상쾌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져야 하지만 그저 춥기만 하다...ㅜㅜ
정상까지 왔지만, 사람은 하나도 없고 구름에 가려 멀리 경치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폼잡고 앉아 있기에 정상은 너무 추웠다. 싸온 김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고 해서 결국 상왕봉을 향해 바로 출발~~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등산객이 그리 많지 않은 가 보다. 나뭇가지가 길을 막고 있고 수풀이 길을 덮은 곳도 여러곳이 나온다.
가뜩이나 반바지에 양말도 짧은 걸 신고 왔는데 계속 풀에 다리가 긁힌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이 넓은 산을 혼자서 독차지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무섭다...ㅡㅜ

멋져 보이는 나무들이 오늘은 왠지~ 흉물스럽고 무섭다.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야간산행을 할때, 헤드렌턴에 비쳐진 나무들이 모두 만화의 나무귀신처럼 보였던 그런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못하지만 아무도 없는 산에서 보는 나무들은 왠지 무섭다..ㅡㅜ



그래도 이젠 돌아갈 수도 없다. 그저 상왕봉으로 가는 수 밖에...